글. 아트편집팀 artbrunch@naver.com
중국 현대미술의 4대 천왕 중 한명으로 불리는 유에민쥔(岳敏君) 작가의 <한 시대를 웃다!>전이 오는 5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선두주자로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유에민쥔의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유에민쥔은 1962년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시에서 태어나 허베이 사범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교사로 일하던 중 일어난 천안문 사태에 혐오를 느끼고는 1990년부터 베이징에서 화가로 등단해 현재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냉소적 사실주의와 정치적 팝으로 대변되는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며 뇌리에 강하게 박히는 강렬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6가지 컨셉으로 구성됐다.
1. 세상에서 가장 슬픈 웃음(The Saddest Laugh in the World)
유에민쥔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실없이 웃고 있다. 이는 중국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충돌과 공존을 고스란히 체험한 작가가 그려내는 현 세대들을 향한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비웃음이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활짝 벌리며 폭소를 터뜨리지만 어쩐지 그 웃음은 공허하고 구슬프게 들린다.
2. 한 시대를 웃다(A-Maze-Ing Laughter of Our Times)
유에민쥔 작업의 가장 큰 특징은 동일한 존재의 무수한 자기 복제와 정신나간 듯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는 모습, 이 두 가지다. 몰개성적이고 획일화된 인간군상들이 정신병자처럼 웃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한 점의 그림이 백 권의 책보다 강렬하게 뇌리에 박힐 때가 있다. 바로 유에민쥔의 작품이 그렇다. 그가 대표하는 차이나 아방가르드의 ‘냉소적 사실주의’는 마비된 이 시대에 비수를 꽂는다.
3. 死의 찬미-죽음을 기억하고, 삶을 사랑하라!(The Praise of Death – Memento Mori, Carpe Diem!)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양자는 모든 존재와 늘 함께 한다. 죽음을 의미하는 ‘사(死)’는 부서진 뼈를 사람이 받치고 있는 형상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보면 지금이 가장 늙었지만, 죽음으로부터 역산하면 오히려 이 순간이 가장 청춘이다. 그러니 죽음을 기억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 이 순간’을 살라!
4. 조각광대 (Slapstick Comedy)
마치 찰리 채플린의 연극처럼 유에민쥔의 조각작품도 멀리서 보면 희극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이 두 작가가 그들의 자화상으로 만든 독보적인 캐릭터는 20세기와 21세기의 비극 속에서도 웃음으로 세상을 한없이 위로한다.
5. 일소개춘 一笑皆春 – 한 번 크게 웃으니 온 세상이 봄이다!
‘일소개춘’은 중국 대리(大理)에 있는 감통사(感通寺)의 고승 단당대사의 선문답이다. 4천미터가 넘는 웅장한 산맥과 샹그릴라를 품고 있는 이곳은 유에민쥔의 겨울 작업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가 평생을 들여 도달하고자 한 곳은 다름아닌 그의 작업실이 있는 곳, 봄 햇살에 꽃들이 만개하는 샹그릴라, 화엄의 세계다. 그런 이유로 그가 ‘일소개춘’을 이번 전시 타이틀로 하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6. Special Zone
도예가 최지만과 작가 유에민쥔의 도자기 조각 작품을 선보이고 전통 판화 기법인 실크스크린 방식을 사용해 제작한 유에민쥔 작품의 판화 에디션을 볼 수 있다.
전시기간 2020년 11월 20일 ~ 2021년 5월 9일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 6 전시실
홈페이지 yueminjunexhibition.modoo.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