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leeseyha@inochong.org
영업의 양도라 함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해 조직화된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의 특정사업부가 다른 회사에 넘어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 영업 양도되는 회사의 소속 근로자들과 양수받는 회사와의 법적 관계가 노동법에서 문제가 된다.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될 경우 양도회사와 근로자간의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양수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 기존 양도회사 근로자들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양수회사가 받아 들여 그대로 일을 시키는 것이다.
양수회사는 양도회사와 별도의 특약을 맺지 않은 이상, 고용 승계된 양도회사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근속)에 따른 퇴직금과 연차휴가 등 근로조건과,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단체협약 등을 인정하고 양수회사에서 고용 승계한 근로자들과 근로관계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영업양도 이전 불법행위로 양도회사에 손해를 끼친 근로자를 고용 승계한 경우, 양수회사는 해당 근로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제3부는 2020년 12월10일 판결을 통해 이를 가능하고 봤다(대법 2020다245958, 선고일자 2020.12.10.).
◇사건의 개요=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의 원고는 여행업체인 A회사로부터 2015년 11월18일 항공권 발권대행 사업부문에 관한 영업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영업양도 대상은 A회사와 항공권 발권대상 사업과 관련한 유형자산 및 지적재산권, 매출채권 등 채권 일체 그리고 영업권 및 고객관계 등이다.

피고는 A회사에서 항공권 발권대행 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다. 계약인수에 따라 자의로 A회사에서 퇴직하고 원고회사에 입사했다. 원고는 피고와 2016년 3월1일에, 양도인인 A회사에서 근무했던 2009년 10월19일로 소급해 동일한 근로조건으로 연봉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한편, 피고는 양도인인 A회사에서 항공권 구매대행 업무를 담당하던 2010년 10월부터 2015년 11월 사이 A회사의 고객 또는 거래처가 항공권 구매대행을 의뢰하고 송금한 돈을 피고 명의의 개인계좌로 입금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사건의 쟁점=근로계약 관계를 영업양도 계약을 통해 인수한 원고에게, 피고가 양도회사에서 저지른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권도 이전됐는지 여부다.
원고는 양수인으로서 양도인인 A회사가 피고 근로자에게 가지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영업양도 계약에 따라 근로계약 인수 효과로 보거나 아니라면 이 사건 영업양도에 따르는 개별 채권양도의 효과에 따라 원고에게 있다며, 피고 근로자를 상대로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원심(서울남부지법 선고 2019나55321)은 원고의 주장처럼 이 사건 손해배상 채권이 영업양도계약상 개별 채권양도 대상에 포함됐다 보더라도 “개별 채권양도에 관한 대항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해,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 채권에 관한 승계취득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민법에 따르면, 채권자가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채무자에게 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없다면, 양수인은 채무자에 대해 채권의 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 이는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쉽게 해석하면 나의 채무를 채권자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려면 나의 승낙을 받거나 적어도 내게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지 않으면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원심은 피고 근로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이 양도인인 A회사에서 양수인인 피고에게 개별 채권양도 과정으로 넘어 갔으나, 민법상 피고 근로자인 채무자에게 통지나 승낙을 받지 못해 대항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그러나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은 “계약인수의 목적은 개별 채권·채무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채권·채무를 포함한 계약 당사자로서의 지위의 포괄적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봤다.
때문에 채권 양도인과 양수인 둘만의 관여로 성립하고 효력을 발휘하는 “개별 채권의 양도와 성립과 효력요건을 달리하는 만큼 채무자 보호를 위해 개별 채권양도에서 요구되는 대항요건은 계약인수에서 별도로 요구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근거로 제시한 판례에 따르면, “계약당사자로서 지위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는 계약으로부터 발생하는 채권·채무의 이전 외에 계약관계로부터 생기는 해제권 등 포괄적 권리의무의 양도를 포함하는 것으로서, 계약인수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면 양도인은 계약관계에서 탈퇴”하게 된다.
또한 “계약인수 후에는 양도인의 면책을 유보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잔류당사자와 양도인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게 되며 그에 따른 채권채무관계도 소멸한다. 이러한 계약인수는 양도인과 양수인 및 잔류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삼면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통상적이며 관계당사자 3인 중 2인의 합의가 선행된 경우에는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대법원 2012.5.24. 선고 2009다88303 판결 등)”는 것이다.
이러한 계약인수가 이뤄지면 그 계약관계에서 이미 발생한 채권·채무도 이를 인수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수인에게 이전된다.
이 사건 영업양도에 따른 계약인수 과정에서도 양수회사인 원고가 양도회사의 유형자산 및 양도인이 이 사건 사업과 관련해 제3자에게 보유하고 있는 채권 및 기타 채권, 권리일체 등을 양도받기로 합의했고, 이에 대해 양도인 소속 근로자 피고가 양수인 회사로의 고용승계에 동의해 양도인 회사에 퇴직절차를 밟아 양수인인 원고와 근로계약을 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가 “이 사건 영업양도에 수반된 근로계약 인수에 따라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판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이 이 사건 영업양도계약상 개별 채권양도의 대상에 포함되었는지 여부와 그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추었는지”만을 심리, 판단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영업양도·양수 계약시 양도인 회사 소속으로 양수인에게 고용 승계된 근로자에 대해 양도인의 채권관계를 포괄적으로 인수한 경우, 별도의 대항 요건없이 양수인이 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한 것이다.
영업양도로 새롭게 양수회사에 고용 승계된 근로자가 이전 양도회사에서 회사를 상대로 업무상 횡령 등의 불법행위를 하거나 양도회사의 임금 과오지급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경우, 이에 대해 양수회사는 해당 근로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