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연구소 한석희 대표 shhan@assist.ac.kr
“스마트공장을 하면 리쇼어링이 성공할까요?”
질문에 대해 단답형으로 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 또는 ‘아니오’라고 답은 할 수 있지만, ‘그런데’라고 부연해야 할 일이 세상에는 많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은 리쇼어링(Reshoring)을 촉진할까? 이에 대한 답은 ‘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데’라는 꽤 긴 설명이 붙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리쇼어링은 국내 제조업 영역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 GVC)의 중간 공장이 멈춰서자, 세계의 공장이 여기저기 멈추는 현상을 경험했다. 예로서 자동차 와이어 하니스를 만드는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이 멈춰서자, 한국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멈춰 서 버렸다. 1년여 전에 경험한 일이지만,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일어난 것도 아니다. 전세계 대부분의 산업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자 세상은 GVC를 재정의하려고 애쓰고 있다. 또 이틈에 정부는 바깥으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불러 들일 궁리를 하고 있다. 안방으로 불러들이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오래 전부터 추진됐다. 그 결과 2014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정부의 리쇼어링 촉진정책에 따라 리쇼어링한 공장이 모두 80여개가 됐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양한 유인책을 강화해 내 놓으면서, 리쇼어링을 더욱 촉진하고자 한다. 돌아오는 곳이 수도권인가, 비수도권인가에 따라 지원하는 비용은 달라지지만 여러 지원이 뒷따른다.
우선 공장이 옮기는 곳을 마련하는 비용을 지원한다. 비수도권은 300억원, 수도권은 150억원을 지원한다. 단, 수도권은 첨단산업에만 해당한다. 세제지원으로써 법인세와 소득세의 감면도 있다.
또 스마트공장 추진 지원을 우선으로 해준다. 로봇을 구입해야 하면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한다. 스마트공장 사업 지원도 별도로 4억원을 하니, 이래저래 합치면 정부로부터 최대 9억원을 스마트공장 추진 명목으로 활용할 수 있다. 리쇼어링할 때 말이다.
그런데 해외로 나간 공장의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조사기관에 따라 편차가 있는데, 긍정적인 답변이 3~8%라는 숫자가 나온다. 실제 행동하는 기업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숫자는 크지 않지만 어렵게 행동을 옮긴 기업들 이야기는 나름 타당해 보인다. 배경은 이들이 진출한 국가(예를 들어 중국이나 베트남 등)의 인건비 상승과 기업환경 악화다. 이들은 ‘인더스트리4.0’ 또는 ‘스마트공장’을 잘 적용하면, 국내로 돌아와도 괜찮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과 모습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다. 훨씬 복잡하고 드러나지 않은 배경들이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으로 되돌아오는 신발산업을 살펴보자. 그간 부산으로 돌아온 해외 신발공장은 모두 9개(2014년 3개, 2015년 2개, 2016년 2개, 2017년 1개, 2019년 1개)다. 리쇼어링 한 기업의 10%가 신발산업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은 해외공장을 모두 처분하고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현지에서 운영할 것은 그곳에 두고, 정말 문닫아야 하는 곳만 선별해서 들어오는 것이다. 신발의 경우 국내에서 꼭 제조해야만 하는 군화나 등산화, 스포츠화 또는 매우 특별한 신발인 경우가 많다. 일반 운동화는 여전히 해외공장에서 만든다. 왜? 여전히 해외 여건이 더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부산시는 돌아온 공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신발연구소도 만들고, 지원계획도 수립해 시행 중이다. 그중에는 로봇을 응용한 프로젝트도 있다. 또는 공정을 개선하거나 더욱 단순하게 만드는 기술개발 사업도 있다. 또 특별한 신발 소재를 개발해서 활용하도록 돕는 일도 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국 스마트공장 활동의 주종을 이루는 ‘디지털기술’을 지원한 예는 거의 없다. 신발산업 특성상 디지털기술이 필요없는 것일까? 아니다. 필요한 것은 이미 오래 전에 투자해서 사용 중이다. 새로 보탤 것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대신 공정자동화 또는 공법개선, 소재 관련 기술지원 등이 주류다.
신발산업 사례는 서두에 끄집어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래서 좀 더 신발 얘기를 해보자.
신발은 부품으로 보면 갑피(Upper), 바닥을 구성하는 창-밑창(Outsole), 중창(Midsole), 안창(Insole) 그리고 신발끈, 설포 정도가 핵심이다. 나머지는 외관을 멋지게 보이게 하는 보조적인 부품이거나 로고 그리고 기능을 좀 더 보완하는 액세서리 정도다.
이런 신발을 만드는 산업은 이미 100년 넘게 발전해 왔다. 성숙한 산업이란 뜻이다. 따라서 획기적인 발전의 여지가 적다. 표준화도 어느정도 달성한 산업이다. 표준화가 되면 자동화할 일이 많을 것 같지만, 자주 바뀌는 제품 유행이나 신발 제조공법의 특성으로 이미 자동화한 곳을 빼고나면 새로 자동화할 여지가 제한적이다.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몇해 전 아디다스가 아주 파격적인 실험을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들은 3D 프린팅 기술을 응용해서 갑피를 만드려고 했다. 또 공정단계에 로봇도 많이 투입하려 했다. 기술은 멋졌지만 그렇게 만든 신발로 돈은 벌지 못했다. 혁신 소문은 자자했지만, 스스로 사업모델 실패를 인정하고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신발은 원단을 재단하는 일, 재봉 작업 등에서도 자동화가 종종 시도되긴 한다. 그러나 실제 자동화가 획기적으로 성공한 예는 별로 없다. 성형이나 초도 형상 만들기(Roughing), 최종 형상 만들기(Lasting)에는 이미 자동화 기계를 사용한다. 주로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반자동 방식이다. 자동화 여지를 비집고 국내 산학연구 활동이 조금씩 성과를 내는 분야도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여전히 니치(Niche) 기술이다. 예를 들어 신발의 갑피를 재봉하지 않고 여러가지 부품을 하나로 만드는 ‘Fuse 공법’을 개발하거나 공정 일부에 로봇을 응용하는 연구가 그런 예다. 참고로 이는 스마트공장 활동에 속하지 않는다. 그냥 공법 R&D 연구다.
신발산업과 같은 성숙된 기술 수준,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 국제분업화가 잘 갖춰진 산업에서 리쇼어링을 하고 ‘스마트공장’을 응용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긴 어렵다. 책상 위에서는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가보면 다르다. 스마트공장이 그렇고, 리쇼어링도 그렇다. 봉제산업, 패션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래서 일부는 뉴쇼어링(New Shoring) 이야기를 꺼낸다. 니어쇼어링(Near Shoring), 오프쇼어링(Off Shoring), 리쇼어링(Reshoring)이 아닌 새로운 제4의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산업 현실에 맞도록 장점만 뽑아 쓰는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인건비는 가장 싼 수준을 활용하되, 공법은 최첨단을 응용하며, 관리는 스마트공장에서 응용하는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또 사람보다 기계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나 공정단계를 축소하는 일에 자동화 기술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실제 실현될 수 있는 곳이 어디쯤일까?’, ‘우리가 자신있어 하는 스마트공장은 이런 일에 실제로 기여할 수 있을까?’ 스마트공장의 실제 고민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