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leeseyha@inochong.org
신입사원에 대해, 상급자가 지속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에 관한 소문을 퍼뜨려 비방하는 등 집단 따돌림을 조장한 상급자의 행위는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6.25. 선고, 2016두 56042)이 나왔다.
◇사실관계=2012년 군인공제회에 입사한 신입사원 A. 자신을 비방하고 헐뜯었던 상급자 B와 C에 대한 민원을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입사 1년만인 2013년 퇴직했다. A는 게시판 글에서 B와 C가 자신의 USB를 훔쳐 USB에 담긴 개인정보를 이용해 투서하는가 하면, 직무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질책하고 무시했고, 사생활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따돌림을 조장하는 등 1년간 자신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이후 원고회사(회사)는 특별조사를 통해 A 민원의 사실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A의 상급자 B는 회계팀에 전입한 A에게 팀원들이 듣는 가운데 “일을 답답하게 한다”, “회계업무에 대해 잘 모른다”, “여자가 출납자리에 와서 버티겠느냐, 회계도 모르는 사람이 회계팀에 와서 회계팀 분위기를 흐린다”고 비난했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A가 업무를 할 때는 아무도 말 걸지 말라”, “급여나 법인카드 작업시기에 왜 술자리나 모임을 만드느냐, A는 빼라” 등의 발언을 했다.
다른 상급자 C는 A가 있는 자리에서 상급자 B에게 “과장님은 왜 아직까지 A에게 업무를 알려주느냐, 알려주지 말라”고 말하고, 자신이 출력한 인쇄물을 A가 가져다주면 A 앞에서 출력물을 찢거나 무시하는 행동 등을 했다.
또 상급자 B는 회계팀장에게 “다른 사람들이 ○○○이 A와 커피를 마시고, 차를 같이 타고 다니는 것 같다고 한다. A와 ○○○이 불륜관계라는 소문이 도니 참고하라”고 말했다. 상급자 C도 감사실 민원담당관과 비서실 직원에게 “A와 ○○○이 야근을 하고 밥도 같이 먹는 걸로 봐서 사귀는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소송과정과 원심판결=A 퇴사 후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USB 불법 취득, 침해 및 유출, A에 대한 집단 괴롭힘 및 왕따, 업무에 대한 월권행위, 사생활 관련 유포, 전산보안 관련 규정 위반 등의 비위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이유로 B·C에 대한 해임처분을 결정했다.
B·C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부당하다는 등의 이유로 B·C에 대한 원직복직을 결정했다. 이어 회사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 1심은, 중노위 판정을 뒤집고 회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원심)은 징계절차에 하자가 있고, A에 대한 집단 괴롭힘 및 왕따, 사생활 관련 유포 혐의는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 ①징계절차의 위법성 여부=원심은 B·C에 대한 인사위원회 징계절차에서 집단 괴롭힘 및 따돌림과 사생활 유포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B·C에게 징계혐의 사실을 통지하면서 집단 괴롭힘 및 따돌림과 사생활 유포를 명시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B·C가 인사위원회에서 해당 혐의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해 절차상 하자라는 논리다. 실제 회사는 B·C에게 인사위원회에 출석을 요구하면서 징계혐의 사실을 ‘개인정보 불법 취득, 침해 및 유출, 집단 괴롭힘, 전산업무 운영규칙 등 위반’만을 통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B·C는 인사위원회 당시 이미 징계혐의 사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인사위원회에서 징계혐의 사실에 관해 진술 및 소명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를 들어 해임처분에 절차상 하자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B·C에게 인사위원회 출석 요구 이후 회사는 양자의 요청에 따라 인사위를 연기했고, 양자 모두 인사위에 직접 출석해 징계사유에 관해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원고의 인사와 근무에 관한 규정에 ‘인사위원회가 징계혐의자에게도 충분한 진술의 기회를 주어야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징계혐의 사실의 사전통지의무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대법원 판결 ②집단 괴롭힘 및 왕따, 사생활 관련 유포 혐의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해임처분 징계의결통지서는 B·C의 귀책사유를 ‘A의 개인비밀이 수록된 USB 불법 취득, 침해 및 유출, A에 대한 집단 괴롭힘 및 왕따, 업무에 대한 월권행위, 사생활 관련 유포, 전산보안 관련 규정 등 위반’으로 적시했다.
또 징계처분 근거규정으로 윤리강령 제4장(직원의 근무윤리) 제4호, 인사와 근무에 관한 규정 제63조(근무자세 등), 전산업무 운영규칙 제37조(비밀자료 관리), 사무관리규칙 제72조(비밀문건의 열람·반출 및 파기), 보조기억매체 관리지침 제4조(보조기억매체 등록·사용), 제5조(보조 USB 반출·반입)를 명시했다.
원심은 징계의결통지서에 적시된 B·C의 A에 대한 집단 괴롭힘 및 왕따, 사생활 관련 유포 행위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 이유로 원심은 “▲B가 A의 전임자이고 상급자였던 점 ▲B·C의 행동이 A와 ○○○ 사이를 의심한 데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점 ▲A가 이전에 B·C의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호소한 적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C의 산발적인 행동들만으로 집단 괴롭힘이나 따돌림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의 사생활 관련 유포 혐의와 관련해서도 “B·C가 A와 ○○○과 같은 회계팀에 소속된 연장자로서 직원들에게 ‘사귄다는 소문이 도니 조심하라’고 충고 등을 한 것이므로, 이를 집단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생활 유포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은 “회사 인사위원회는 B·C의 귀책사유 중 ‘이 사건 비위행위(집단 괴롭힘 및 왕따, 사생활 관련 유포와 관련된 모든 행위)’가 원고의 윤리강령 제4장 제4의 가호 규정을 위배한 것에 해당한다고 보아 해임처분의 근거로 삼으면서, 이 사건 비위행위를 요약해 특정하기 위해 ‘집단 괴롭힘 및 왕따’ 또는 ‘사생활 관련 유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비위행위가 위 용어의 개념에 포함되는지를 기준으로 이 사건 비위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회사 윤리강령 위배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심이 징계규정 해석 및 징계사유 인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근거로 다음과 같은 판례 법리를 제시했다.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해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가 여부에 의해 결정돼야하고(대법원 2009.4.9. 선고, 2008두22211 판결 등 참조), 그 비위행위가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상 징계사유를 정한 규정의 객관적인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6.1.28. 선고, 2014두12765 판결 등 참조).”
이어 대법원은 B·C의 A에 대한 집단 괴롭힘 및 왕따와 사생활 관련 유포 행위는 회사의 윤리강령 제4장 제4의 가호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다.
▲B·C가 A와 같은 회계팀 내의 상위 직급자이자 재직기간 및 나이 등이 더 많은 사람들이란 점 ▲B·C가 신규 전입한 A에 대해 약 1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공개 질책 또는 무시하는 언동을 하거나, 사생활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여 비방하고, 인간관계에서의 분리 및 신상 침해를 의도하는 등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 및 다수의 우월성 등을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를 했다는 점 ▲B·C 행위는 직원 간의 상호 존중 가치에 반하고, 일상적인 지도 또는 조언 및 충고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인다는 점 ▲B·C 행위로 A가 하급자로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근무환경의 악화로 사직까지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이다.
◇판결의 의의=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근로자의 특정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그에 따른 징계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단순히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상의 문언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징계사유를 규정한 취지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한번 확인시킨 판결이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