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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면

2020.11 / Art김 작가의 Be-twin

사진: 김윤아

김윤아 작가_ Life is pain.ting
bombbi0401@naver.com

“배민 알바를 시작할까 해요.”

작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하고 방문한 전시장에서 만난 그녀가 대화 도중 툭 뱉은 말이다. ‘배민이요?’ 라고 묻자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지 “배민 모르시는구나. 음식 배달시켜 먹는 앱이에요. 배달 알바 시작하려고요.”

못 알아들은 게 아니었다. 작업장을 외각으로 얻어 나오면서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배달이 안 된다) 경기도 모처에 있는 레지던시 공간에 있을 때 나 역시도 새벽 작업 때마다 종종 사용하던 앱이다. 시간대와 상관없이 작업을 하고 잠을 자는 내게 새벽음식 배달이 되는 곳은 퍽 유용했었기도 했지만 레지던시라는 특성상 공용 주방에서 뭔가를 제대로 만들어 먹는 일이 부담스러운 상황이 많아 대충 라면으로 때우는 일이 잦았고,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곤 했다. 한번은 비가 갑자기 대차게 쏟아지는 새벽이었는데 레지던시 공간이 의외로 찾기 어려운 곳이라 비도 오는데 건물을 못찾고 고생하실까봐 캔 커피를 하나 들고 밖에 나가 기다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곤색 우비를 쓰고 바이크에서 내리며 음식을 건네주는 중년 아저씨의 젖은 손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잡이를 잡고 있는 양 두텁고 둥글게 말려 있었던 기억.
내가 만난 배달 일을 하시는 분들은 전부, 정말이지 한분도 빠짐없이 남성분들이었는데 대개 중년 남성이거나 간혹 젊은 청년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서 배달 일을 시작하려고 한다는 ‘그녀’의 말간 얼굴을 보며 새벽시간과, 대차게 쏟아지던 비와, 곤색 우비와, 두텁고 둥글게 말린 채 굳어진 것 같은 손등이 겹치면서 나도 모르게 재차 물었던 것이다.

“작업과 병행하기 너무 힘들지 않겠어요? 저도 이제는 집에서 일하고 돈 벌수 있는 일들로 세팅해서 지내는데요.” 라고 하자 그녀가 자신의 손등을 잠시 만지작거리다 말했다. “노동이 가진 장점이 좋아요. 아무 생각 안 들거든요. 게다가 시간도 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요.”
한 동안 공간에 머물며 서로 부딪혀서 밀쳐내기 좋은 컬러들이 서로를 맞잡고 있는 형상들을 보고, 가장 얇은 피부의 투명한 껍질을 살짝 벗겨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던 나는 그녀가 이 세상과 어떻게 ‘딜(Deal)’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전시장 지근거리에서 소위 ‘스타작가’를 내세운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고 “온 김에 거기도 가볼래요?” 묻는 질문에 나는 그냥 기차에 다시 몸을 싣고 작업실로 갈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사실, 모처럼 나온 김에 근처에 가보고 싶던 공간도 있어서 겸사겸사 둘러보고 갈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터진 감정들이 언어화 되지 못하고 어지럽게 발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기분이 들어 어디든 혼자 앉아 바지를 걷어 그 흘러내리는 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봐야만 할 것 같았다.
무려 20년 만에 타보는 기차였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무궁화 호에 몸을 실었는데 올 때도 옆자리가 비어 있었는데 갈 때도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아마 코로나 때문인지 옆 좌석은 다 비워놓는 것 같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누가 탈지 몰라 무릎에 올려놓았던 가방을 그제서야 옆자리에 편하게 밀어 두고 눈을 찌르는 볕 때문에 커튼을 치려고 창을 보니 누렇게 찌든 두터운 커튼이 기차 리듬에 맞춰 덜렁거리고 있었다.
이놈의 기차 커튼은 그때나 지금이나 개운한 맛이 없었다. 누런 커튼의 끝을 살짝 잡아 창문을 다 가리고 눈을 감자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대신 일렁이는 노란 빛들만이 망막을 감싸기 시작했다.

올 해 8월 장마철이 지나면서 몇몇 일정을 마치고 한동안 앓는 시간이 찾아왔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예정된 일이 두 개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장되면서 박탈감과 무기력이 겹치기도 했고, 평소 개인전 이후 찾아오는 텅 빈 감정들이 평소보다 오래 지속되기도 했다.

올해는 예기치 않게 하반기에 갑자기 일정이 잡히면서 전시 준비를 해야 했으나 몸이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겉보기엔 끊임없이 쉬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으나 흡사 유년시절 개학을 앞두고 방학숙제를 끝내지 않은 상태로 불안감을 떠안고 누워있는 상태와 비슷했다. 다가오는 전시에 대한 가안만 나온 상태로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원고 마감도 곧 지나갈 터였다.
해야 할 일들은 점차 쌓여갔고 그 불안감은 꿈으로까지 쫒아와 땀에 흠뻑 젖은 채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기를 반복하다가 이내 나는 동면에 들었던 개구리나 혹은 그 무엇처럼 이불 밖으로 나왔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집과 작업장은 각종 목공과 공구, 페인팅 도구와 그리다 멈춘 채로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쓴 그림들과, 닦아 놓지 않아서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붓과 석유통, 물감들이 뒤엉켜 그야말로 난장판이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만큼 보는 순간 피로해지는 풍경이었다. 작업실과 마당을 가로질러 붙어 있는 집 역시 마찬가지였다. 빨래 통에 그대로 벗어던진 옷들과, 태산처럼 빈 그릇이 쌓인 주방과, 어지러운 책상. 더 이상 미루고 싶어도 미룰 수 없었다. 이미 ‘밀림’의 제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모든 것들이 ‘밀리고 밀려’ 포화 상태였다.

기차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작정을 하고 청소기를 들었다.
형태도 모르는 불안감과, 시간만 죽이는 공허함에 그 개운함을 너무 오래 묵혀둔 탓이다.
그 모습이 흡사 기관총을 든 ‘람보’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한 청소는 컴컴한 밤이 찾아올 때 쯤 끝이 났다. 청소하며 나온 뚱뚱해 터질 것 같은 쓰레기 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찾아든 청량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흘렀다.

완연한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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