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비자트-비즈니스&아트 매거진
비자트-비즈니스&아트 매거진
중기이코노미와 아트브런치가 함께 만드는 중소기업 CEO를 위한 월간 비즈니스&아트 매거진
  • Business
    • HOT ISSUE – 노무
    • BIZ REPORT I – 법무
    • BIZ REPORT II – 세무
    • CEO INTERVIEW – 경영
    • FINANCIAL I – 씨앗자금
    • FINANCIAL II – 연금자산
    • REAL ESTATE – 부동산거래
    • NEWS BRIEFING – 경제뉴스
  • Art
    • 주목 이 작가
    • 김 작가의 Be-twin
    • 예술 별자리*
    • 히든 히어로
    • 한국 근현대 미술
    • 이 달의 전시
  • 과월호
  • 중기이코노미
  • 아트브런치
 
  • Business
    • HOT ISSUE – 노무
    • BIZ REPORT I – 법무
    • BIZ REPORT II – 세무
    • CEO INTERVIEW – 경영
    • FINANCIAL I – 씨앗자금
    • FINANCIAL II – 연금자산
    • REAL ESTATE – 부동산거래
    • NEWS BRIEFING – 경제뉴스
  • Art
    • 주목 이 작가
    • 김 작가의 Be-twin
    • 예술 별자리*
    • 히든 히어로
    • 한국 근현대 미술
    • 이 달의 전시
  • 과월호
  • 중기이코노미
  • 아트브런치

낙천적 비관주의자의 1월

2021.02 / Art김 작가의 Be-twin

사진: 김윤아

김윤아 작가_ Life is pain.ting
bombbi0401@naver.com

지난 해 말 23일부터 5명 이상 모임 금지 여파의 파장도 있었을 테지만 2019년 말부터 덮친 역병은 당혹감으로 시작해 황망함으로 끝난 지난 일년간의 지친 심신이 유난히 들뜨기 쉬운 연말 분위기를 아래로 꽉 잡아 붙들었다.
내게도 두 번의 연말 모임 약속이 있었으나 모두 취소되거나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어차피 지난 일년간 당혹감과 더불어 처음엔 자주 잊고 부랴부랴 챙겨야 했던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모든 시설 입장 시 발열체크 및 신원작성 등등 대부분의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으니 집합 금지 명령에 따른 모임 취소가 생소하거나 하진 않았다.

인간에게 행복이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나를 사람들은 비관주의라고 했고 실견, 비관주의에 가깝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그 덕분에 모든 상황과 일정이 뒤틀리는 시간 동안 버틸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년간 여섯 권의 책을 읽었고, 두 번의 개인전을 했고(그 중 하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두 번의 아트페어에 참여했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몇 가지 일들이 엎어졌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봤다. 나중엔 더 이상 볼 수 있는 새로운 필름에 한계가 느껴지자 옛날 무성영화까지 훑어볼 지경이었다.
상황이나 주변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더 좋아지고,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나를 버티게 한 건 없었다. 오히려 우연히 편의점에서 고른 천 원짜리 스낵 한 봉지가 의외로 맛있었다라든가, 어쩌다 한 번씩 고개를 내미는 어처구니없이 좋은 날씨라든가, 혹은 지인들과 주고받는 통화 중에 빵 터지는 작은 유머 따위가 하루하루를 지나가게 했다.

그러던 중에, 원래는 작년 12월 31일 철수해야만 했던(전시는 코로나 여파로 1월 말 까지 연장되었다) 공간 대표님과의 통화 중에 그가 공간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던 곳에 순식간에 확진자들이 급증하면서 대부분의 업소들이 문을 닫아야 했고, 그 역시 그 여파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소식을 수화기를 통해 듣고 필히 그가 가라앉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어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는데 웃자고 한 말이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말했다.
“뭐 이 참에 좀 쉬려구요. 한 동안 쉬지도 못했는데 문 닫고 확 쉬면서 책도 좀 보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문장의 행간을 읽지 못하면 읽은 게 아니라고 했나, 그의 말 사이사이엔 비관 사이에 비집고 들어선 삶을 지탱하는 튼튼함이 있었다.

상황이나 주변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더 좋아지고,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나를 버티게 한 건 없었다. 오히려 우연히 편의점에서 고른 천 원짜리 스낵 한 봉지가 의외로 맛있었다라든가, 어쩌다 한 번씩 고개를 내미는 어처구니없이 좋은 날씨라든가, 혹은 지인들과 주고받는 통화 중에 빵 터지는 작은 유머 따위가 하루하루를 지나가게 했다.

오랜 시간 정을 붙이고 시간과 공을 들여 구석구석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던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을 기약 없이 문을 걸어 잠그면서 그를 버티게 한 것은 더 나아질 것이라든가 좋은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이 아니었다.
그건 오늘밤 미뤄두고 열어 보지 못했던 책 한권을 시작할 수 있다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맛’ 정도 일거라고 나는 짐작했다. 그러해서 말무리에 ‘좋아지겠죠’ 라는 말은 하지 않았고, 무슨 책인지 제목만 슬쩍 묻고 말았다.

지난 해 늦가을 즈음부터 기획한 일들이 조금씩 미뤄지면서 결국 이월시킨 프로젝트 때문에 작가들과의 일정 조율과, 재단과의 협상 사이에서 속앓이를 하던 기획자와의 미팅이 이어지는 동안 그녀는 속내를 내비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월시킨 프로젝트는 지난 해 12월경 올해 3월 정도로 이월될 거라고 했으나 갑자기 1월에는 나를 포함한 작가들에게 다시 정정 일정과 함께 일일이 사과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일정 소식을 전해 듣고, 대략적인 나의 스케줄을 조절한 후에 수화기를 통해 짧고 무거운 숨소리가 들렸다. 통화를 마치기 전에 넌지시 물었다.
“괜찮으세요?” 그동안 적지 않은 횟수로 이어지던 미팅 때문에 서로 어느 정도는 편해진 사이였기 때문에 이 정도의 안부는 물어보고 싶었다.
“괜찮을리가 있겠어요?” 라고 웃으며 대답한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요 며칠 재단과의 일 때문에 미팅을 하고 나오면서 우연히 레트로 풍의 가게를 발견해서 들렀다가 맘에 쏙 드는 귀걸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골드 컬러의 귀걸이였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고.

그녀와 일정 조율을 하면서 1월에 새로 들어가는 작업실 입주 이삿날과, 그 전에 사용하던 공간에서 짐 빼는 일정을 다시 짜야만 했다. 몇몇 사소롭고 귀찮은 일들을 해결하면서 나는 틈틈이 좋아하던 문학책을 훑었고, 이미 오래전에 보고 또 봤던 몇몇 영화들을 다시 돌려보기도 했다.
말이 ‘새 해’ 지- 지난해 내내 우릴 당혹스럽게 옭아매던 바이러스는 이제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고, 백신에 대한 의구심마저 고개를 들면서 올해 시작을 두고 일명 ‘짤’들이 돌아다녔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2020년 마지막 날의 디지털 시계가 23:59분을 지나 23:60분으로 바뀌는 ‘짤’이었다. 이는 부디 끝나길 바랐지만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자조적으로 만든 짤이었지만 보는 사람은 깊은 공감에 피식 웃기에 딱 좋은 모양이었다.
나 역시 피식 웃고는 ‘따봉’ 마크를 눌렀다. 코로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는 와중에 2021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전망해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올해 새로 입주하는 공간 앞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는 것과, 근방 새로 생긴 편의점에서 평소 즐겨 사먹던 인기없는 음료가 2+1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좀 신날 뿐이다.

이 기사 SNS에 공유하기

Post navigation

PreviousPrevious post:아름답기에 더욱 불안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NextNext post:그림을 듣다, 이다희 작가

관련기사

오후 네 시
2021년 4월 20일
호연지기
2021년 3월 16일
유에민쥔(岳敏君): 한 시대를 웃다!
2021년 2월 19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대로 65, 2층(서초동, 곤산빌딩) (주)smb Net
Copyright © 중기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