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과 저녁>, oil on canvas,130x162cm, 2016
정리. 아트편집팀 artbrunch@naver.com
작가노트
2010년, 16년만에 영국과 프랑스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다. 물론 싸가지고 간 붓들도 나와 함께 왔다. 새 붓도 샀다.
붓은 나에게 간과된 어떤 것의 소중한 발견이었다. 타향살이의 일상 속에서 다뤄지는 평범한 도구가 어느 날 갑자기 포착된 동기는 ‘향수’였던거 같지만 요즈음은 어쩌면 그 ‘향수’의 실체도 간과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향수를 느끼는 이방인이 아니어서인가? 붓의 표정들도 사뭇 다르다. 가끔 이야기도 집어 넣고 있다. 형태의 묘사나 내 감정을 붓에 이입하기 보다는 이제 붓이 말하도록 하고 싶다. 그렇다고 비슷한 붓들을 여러 장 그리거나, 자주 쓰는 기법, 색깔들을 상용화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행복한 숙제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목표로 두는 것은 사물의 묘사나 기술적인 완성보다는 작업하는 동안의 즐거움과 그 순간들을 자국으로 남기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시작해서 되풀이 되는 붓질에서 점점 무의식의 순간에 이르고 다시 그것을 반복하고 팔이나 생각이 많이 유연해지고 자유로운 느낌을 추구한다. 의도적이지 않은 행동은 잘 없겠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몸이 오랫동안 움직일 수록 ‘그리고자 하는 것’에서 멀어질 수가 있다.

<붓6>, 41x33cm, 캔버스에 유화, 2013

<붓1>, 35x27cm, 캔버스에 유화, 2009
이선현의 <붓>
이선현 작가의 작업 행위는 다양한 테크닉을 시현하고, 곧잘 즉흥성을 따른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붓1>부터 <붓13>까지 똑같은 테크닉을 구사한 작업은 한 점도 없다. 예를 들어 <붓1>은 나란히 누워있는 두 자루의 붓이 유화 기법으로 그려져 있다. <붓13>의 경우 마치 타고 있는 성냥의 머리처럼 묘사된 붓의 머리는 약간 굳어진 아크릴 물감을 한 웅큼 쥐고 손으로 그린 것이고, 붉은 배경속의 핑크색은 그림을 그릴 당시 가까이에 있던 대상(고무장갑)의 색을 차용한 것이다.
마치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업과정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작가가 작업을 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몰입의 경지’이다. 이를테면 작가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작업과정의 즐거움은 작가라는 영매가 추구하는 물아일체 혹은 혼연일체적인 명상과 해탈의 경지와 흡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작업의 과정이 고통스러우면서도 기쁘다고 표현한다.
이선현 작가의 작업이 사랑스럽고 투명하게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작가 특유의 솔직함과 거침없음이 작업에 감춰짐 없이 반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조숙현(시각예술비평가 / 아트북프레스 대표)

<붓들>, 92x73m, acrylic on canvas

<붓11>, 73x60cm, 캔버스에 아크릴, 2013
이선현 (LEE, SUN-HYUN)
학력
1997 Central St. Martins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Post Graduate 졸업,런던
개인전
2019 붓, 스페이스55,서울
2017 외출, 갤러리3, 서울
2015 꿈꾸는 붓, 갤러리 담, 서울
2014 2014 신한화구Thinkartkorea 선정작가 기획 초대전, Ponative Space, 헤이리
2012 뉴 웨이브 아트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서울
2009 St-Art, ParcExpo, 스트라스부르그
2008 Europ’art, Palexpo, 제네바
1999 영국 소더비 주최 chichester Open Art전, 체체스타
1999 ‘일곱번째 방’전 갤러리 Rowley, 런던

<붓16 >, 60x60cm, 캔버스에 아크릴, 2014